최근 외래 영양상담에서 투석 중인 59세 여성 환자를 만났습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만성신질환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고,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도 함께 앓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문제는 혈액검사 수치뿐 아니라 식습관 전반에 걸쳐 위험요인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 환자분은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끼니를 거르거나 한 끼에 과일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등 질환에 비해 식이 조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본인의 식사가 혈당과 혈중 지질, 투석 효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인식도 매우 낮았고, 평소 잘 먹지 않던 단 음식이나 간식을 최근 들어 자주 먹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환자에게는 질환의 특성상 식사 패턴과 식품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특히 고칼륨 과일의 과잉섭취와 불규칙한 식사가 혈당과 투석 효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환자의 하루 생활 습관과 혈액검사 수치
이 환자는 전반적인 식사 패턴이 매우 불규칙합니다. 아침은 오전 10~11시에 드시고, 점심은 오후 2시쯤, 저녁은 거의 드시지 않거나 과일을 대량으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참외 3~4개, 포도 2송이, 수박 반통을 한 번에 드시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식사 외에 간식으로도 생크림이 든 빵이나 믹스커피도 하루 3잔, 과자류도 자주 드시는 편이었습니다. 밥은 보통 2/3공기 정도로 드시고, 반찬은 매우 제한적이며 있는 반찬 한가지로만 먹던가, 상추 있으면 그거 하나에 쌈장만 곁들이는 식사도 자주 했습니다.
이러한 식습관은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공복혈당은 130mg/dL로 높았으며, 식후 2시간 혈당은 380mg/dL로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화혈색소는 8.0%로 혈당 조절이 장기간 좋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총콜레스테롤 435mg/dL, 중성지방 353mg/dL, LDL 콜레스테롤 311mg/dL로 고지혈증 상태도 심각합니다.
투석과 관련된 수치도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BUN 60.2mg/dL, Cr 7.2mg/dL로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며, 이는 식사 조절 실패와 불충분한 투석 효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환자의 전반적인 식사 및 생활 습관은 당뇨, 고지혈증, 만성신부전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과일 과잉섭취의 문제점
환자는 식사를 규칙적으로 챙기지 않는 대신, 과일을 한 번에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과일 1회 섭취분량이 매우 과하게 파악되었는데, 이러한 섭취량은 단순한 간식 수준을 넘어서 하루 총 섭취 에너지와 당류의 균형을 심각하게 흔들 수 있습니다.
과일은 천연 당분인 과당이 풍부하여 혈당에 급격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수박과 포도처럼 당지수가 높은 과일은 식후 혈당을 빠르게 올립니다. 이 환자의 식후 2시간 혈당이 380mg/dL까지 상승하는 데는 이처럼 과도한 과일 섭취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나면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어 저혈당 위험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에너지 대사 균형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만성적으로는 혈관 손상 및 당뇨 합병증 위험을 높입니다.
또한, 투석 환자는 칼륨 배설이 어렵기 때문에 고칼륨 식품 섭취를 조절해야 합니다. 수박, 참외, 포도 모두 칼륨 함량이 높은 편에 속하며, 대량 섭취 시 고칼륨혈증 위험이 커집니다. 칼륨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심장 부정맥, 근육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환자는 칼륨 수치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과일은 다른 간식보다는 건강에 좋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다량 섭취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과일만으로 한 끼를 대신하는 경우, 단백질과 지방, 섬유소 섭취가 부족해져 영양 불균형도 심화됩니다. 특히 투석환자는 단백질 손실이 많기 때문에 단백질 보충이 반드시 필요한데, 과일 위주의 식사는 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교육을 통해 과일 섭취는 하루 한두 번, 소량(한 주먹 이내)으로 제한하고, 식사 섭취하고 2시간 이후에 먹는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교육했습니다.
불규칙한 식사와 투석효율의 연관성
이 환자는 아침은 오전 10~11시, 점심은 오후 2시쯤, 저녁은 아예 거르거나 과일만 섭취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루 세끼가 시간대별로 일정하지 않고, 저녁을 건너뛰는 날이 많아 신체 대사 리듬이 흐트러져 있습니다. 특히 투석 환자에게는 이런 식사 불균형이 투석 효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혈액투석은 혈중의 노폐물, 수분, 전해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 과정은 환자의 체내 대사 상태에 따라 효율이 달라집니다. 식사를 일정하게 하지 않으면 에너지 대사가 불안정해지고, 혈중 노폐물 농도가 투석 시간 외에도 들쑥날쑥하게 됩니다. 결국 투석 직전에 채혈한 수치만으로는 실제 체내 노폐물 축적량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워지고, 투석처방의 적절성에도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규칙적인 식사는 일정량의 단백질과 수분을 공급하며, 체내 대사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입니다. 그러나 이 환자는 단백질 식사량이 부족하고, 식사를 대체해 과일이나 가공식품 위주로 에너지를 채우고 있어 단백질 이화가 쉽게 일어나는 상태입니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요독소 수치가 오르기 쉬운데, 이 경우 투석 효율이 떨어지고, 치료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녁을 자주 거르는 환자는 야간 저혈당 위험도 커집니다. 투석 환자 중 당뇨를 동반한 경우에는 혈당 변화 폭이 더 커지기 쉬운데, 이 환자의 경우 공복혈당은 130mg/dL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식후 혈당은 380mg/dL까지 상승하는 '혈당 스파이크' 형태가 뚜렷합니다. 이는 불규칙한 식사와 당질 위주의 섭취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식사 시간의 규칙성과 영양소 균형은 투석효율, 혈당 안정, 질병 예후 모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환자 본인에게 '식사는 치료의 일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 환자는 본인의 의지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4회에 걸친 영양상담을 하여 인식변화 및 식습관 개선의 목표를 잡았습니다.
반찬 부족과 채소 편중 식단, 영양불균형 초래
이 환자는 식사 시 밥은 2/3공기 정도 섭취하지만, 반찬은 상추와 쌈장만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날이 많습니다. 골고루 차려진 반찬 없이 한두 가지 식품군에 의존하는 식사는 단순한 식습관 문제를 넘어, 심각한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혈액투석 중인 환자의 경우 단백질과 에너지, 수분, 전해질의 균형이 치료 효과와 직결되므로 식단 구성은 더욱 중요합니다.
채소 섭취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처럼 채소 위주의 편중된 식사는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더불어 상추와 쌈장은 칼륨이 많은 식재료로, 다량 섭취 시 고칼륨혈증의 위험도 커집니다. 이 환자의 경우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가 7.2mg/dL, BUN이 60.2mg/dL로 매우 높은 상태이며, 이는 노폐물 축적이 심각한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단백질 공급 없이 채소만 섭취하면 근육 손실과 영양소 결핍이 가속화됩니다.
더 큰 문제는 반찬의 다양성 부족이 단순히 입맛의 문제로 여겨져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투석 환자에게는 고품질 단백질 식품(예: 달걀 흰자, 생선, 닭가슴살 등)을 적정량 포함한 식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항염증 작용이 필요한 류마티스 질환 동반자의 경우, 오히려 영양소 섭취 균형이 면역 기능 회복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 식품을 섭취를 하면서도, 섭취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날엔 투석환자용 단백질 음료를 간식으로 섭취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처럼 채소 위주의 단순 식사는 겉으로는 '건강하게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위험 환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질환 상태에 맞춰 단백질, 열량, 칼륨 섭취를 조절한 맞춤형 식단 지도가 필요하며, 다양한 반찬 구성 및 식사 루틴 개선을 유도해야 합니다.
환자분은 최근 일주간 단백질 섭취를 늘릴려고 노력하다보니 과한 과일의 섭취도 줄어들었다고 했습니다. 지난날 단순히 계속 입이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과한 당질을 섭취하였지만 어떤 것이 진정한 문제점인지 알게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결론 : 환자 상태에 맞춘 식단 조절이 투석 치료의 핵심
이 환자는 혈액투석, 제2형 당뇨병, 고지혈증, 류마티스 관절염 등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식습관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일 과잉 섭취는 혈당 조절뿐 아니라 고칼륨혈증의 위험까지 높이고 있으며, 불규칙한 식사는 투석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전체적인 대사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특히 단백질 반찬이 부족하고 채소 위주의 식단에 치우친 현재 식사 패턴은 체내 영양소 불균형을 심화시켜 근육 소실 및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단순한 식사 권고만으로는 개선이 어렵습니다. 환자의 질환 특성에 맞춘 개인 맞춤형 식사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며, 보호자나 요양보호사와의 지속적인 교육 및 협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환자 본인의 식사 의지를 이끌어내고, 그와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식재료와 식사시간, 반찬 구성 등을 함께 조율해야 장기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합니다. 투석 치료는 식사가 절반이라는 말처럼, 식습관 개선 없이는 치료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환자와 가족 모두가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