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과 당뇨를 함께 앓고 있는 환자들은 식사요법이 두 배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각각의 질환만으로도 식사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 두 질환이 겹치면 제한해야 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 '무엇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생기기 쉽습니다.
"당뇨에는 좋다고 했는데 투석에서는 왜 제한해야 하지?", "투석 중간에 먹었던 젤리는 먹어도 될까?", "흰밥을 먹으라고?"와 같은 질문은 실제 상담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입니다. 임상영양사로서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설명해 왔던 오해와 진실, 그 팩트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팩트체크 1. 흰쌀밥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아닙니다. 투석 환자에겐 오히려 흰밥이 권장됩니다.
당뇨만 있을 땐 혈당 조절을 위해 잡곡밥을 권장하지만, 혈액투석이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잡곡은 인과 칼륨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에 제한해야 하고, 대신 흰쌀밥이 권장됩니다.
실제 상담 중, 환자분께서 "그동안 잡곡밥만 먹으라고 하시더니 왜 갑자기 흰밥을 먹으라고 하세요?"라고 물으신 적이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 질병의 진행 단계에 따라 식사 권장사항이 달라지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영양사 입장에서 환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전단계에서 먹었던 식품과의 차이를 설명하고, 흰밥에 다른 단백질 반찬을 잘 곁들이는 방법도 함께 안내합니다. 이처럼 한 가지 기준이 아닌, 질환과 상태에 따라 식사 구성은 바뀌어야 합니다.
팩트체크 2. 투석 환자는 간식을 먹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간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혈액투석 환자는 단백질과 에너지 요구량이 높습니다. 그러나 당뇨가 동반된 경우, 단백질 간식조차도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균형이 중요합니다. 적절한 간식은 저단백질, 저칼륨, 저인 식품 중에서 선택하며, 섭취 시기는 혈당 상황과 투석 시간에 따라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감자나 고구마는 조리 방법과 양 조절이 핵심이며, 필요에 따라 당지수가 낮은 간식으로 대체하기도 합니다.
당뇨병만 있을 땐 혈당 안정화를 위해 식사 중간에 아몬드, 호두 같은 견과류를 권장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혈액투석이 병행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견과류는 인 함량이 매우 높아 인 조절이 필요한 투석 환자에겐 피해야 할 식품입니다.
어느 날 병원 외래에서 상담하던 중, 한 환자분이 "선생님, 혈당 떨어질까 봐 하루에 아몬드 10개씩 먹고 있는데 괜찮죠?"라고 물으셔서 깜짝 놀랐던 적도 있습니다. 당뇨식 기준만 알고 있었고, 투석 환자의 인 제한은 고려하지 못했던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환자분에게 안전하게 혈당을 유지하면서도 인 함량이 낮은 간식(예: 쌀떡, 바나나 반 개, 전분 기반의 푸딩 등)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작은 간식 하나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져야 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였습니다.
팩트체크 3. 젤리나 푸딩은 열량 보충에 좋다
아닙니다. 당뇨가 있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혈액투석 환자의 열량 보충용으로 나오는 젤리나 푸딩은 병원에서도 흔히 사용됩니다. 하지만 당뇨가 있는 환자에겐 이 간식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한 환자분이 입원 중 간식으로 나온 푸딩을 먹고 식후 혈당이 280까지 치솟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푸딩은 인공당이나 설탕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열량은 채워줄 수 있어도 혈당 조절엔 치명적입니다. 게다가 일반 푸딩에는 인산염 등의 첨가물이 들어 있어 인 수치 조절이 필요한 투석 환자에게는 이중으로 부담이 됩니다.
실제 상담에서는 열량은 보충하되 혈당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체 간식으로 저당 전분푸딩, 고구마 소량, 밥을 소량 추가하는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젤리, 푸딩을 무조건 안전한 간식으로 여기지 않아야 합니다.
팩트체크 4. 당뇨 환자는 소량씩 자주 먹는 게 좋다
맞습니다. 혈당 안정과 신진대사 유지를 위해 도움이 됩니다.
식사 시 혈당이 급상승하거나, 식사 간격이 길어져 저혈당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당뇨 혈액투석 환자에겐 '소량씩 자주 먹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날 외래에서 만난 환자분은 "세 끼는 잘 챙겨 먹었는데 왜 자꾸 어지럽죠?"라며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알고 보니 식사 간격이 6시간 이상씩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분께 다음과 같은 식사 분배 예시를 안내했습니다.
<하루 식사 분배 예시 -혈액투석+당뇨 환자용>
식사 시간 | 식사 구성 예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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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밥 1/2공기, 계란찜, 가지나물, 두부된장국 |
오전 간식 | 삶은 달걀 1개 + 무가당 두유 1팩 |
점심 | 밥 1/2공기, 생선구이, 애호박볶음, 미역국 |
오후 간식 | 삶은 고구마 1/3개 + 저염 견과류 소량 |
저녁 | 밥 1/2공기, 닭가슴살구이, 나물류 2가지, 된장국 |
야식 | 곤약젤리(저당) + 삶은 단호박 소량 |
이처럼 하루에 5~6회 정도로 나누어 식사하면 위장 부담도 줄고, 혈당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단, 식사 간격이나 간식 종류는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병원 영양사와 상담 후 조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팩트체크 5.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먹자
아닙니다. 성분표를 필수로 체크해야 합니다.
혈액투석 환자들은 체력 저하를 걱정해 건강보조식품을 자주 찾습니다. 특히 당뇨가 있는 환자들은 면역력 향상을 위해 홍삼, 영양제, 단백질 보충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상담 시에는 이런 제품들이 칼륨, 인, 당류가 과도하게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아 복용을 중단하게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실제로 한 환자분이 인터넷에서 구매한 고농축 단백질 파우더를 섭취하다가 혈액검사에서 인 수치가 급증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고 싶었던 선택이 오히려 독이 된 케이스가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필요한 영양소를 식사로 보충할 수 있도록 조리 팁과 식단 안내를 함께 제공합니다. 건강보조식품은 전문가 상담 후 선택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결론
당뇨병을 앓으면서 동시에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에게 식이요법은 복잡하고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뇨와 혈액투석이라는 두 가지 질환을 함께 관리할 때는 기존의 식사 상식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건강식'이라고 알려진 식품도 모든 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개개인의 질병 상태와 목표에 따라 기준은 달라집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오해는 병원 영양상담실에서도 자주 접하는 내용으로,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 식사 담당자 모두가 알아두면 좋을 내용입니다. 모든 식단은 검사 수치와 개인 상태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므로, 주기적인 상담을 통해 나에게 맞는 식이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잘못된 정보보다 중요한 건, 실행 가능한 현실적인 식이 가이드라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