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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by 다른별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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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투석 식단

서론

혈액투석을 받으면서 동시에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라면, 식사는 단순한 끼니를 넘어 치료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하고, 무엇을 줄여야 하며, 어떤 식품을 완전히 피해야 하는지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 전략입니다.

이번에 상담한 환자는 60대 후반의 여성으로,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10년이 넘었으며, 최근 혈당 수치가 250mg/dL 이상으로 자주 측정되고 있었습니다. 혈액투석도 병행 중인 상황이라 식사 관리가 매우 중요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과일은 몸에 좋다는 믿음으로 딸기와 오렌지를 매일 2~3개씩 드시고 있었고, 검정콩은 건강식으로 알고 자주 삶아 드셨습니다. 또한 고기 섭취는 피하고 있었지만, 지방이 적은 부위의 선택은 어려워하셨습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혈액투석과 당뇨를 함께 앓고 있는 환자에게 식단에서 무엇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식품을 선택하고 조절해야 하는지를 임상영양사의 시선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식단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 단백질 식품 전략: 고기 부위 선택과 조리법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집니다.
  • 콩·과일 제한: 칼륨과 인을 고려해 식품의 ‘건강함’을 재해석합니다.
  • 식사 순서 원칙: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으로 혈당 급상승을 완화합니다.
  • 현실 상담 기반: 실제 투석 중인 당뇨 환자의 사례로 설득력 있게 구성되었습니다.
  • 치료 연계 식사: 식사는 약과 같은 치료 수단임을 강조합니다.

식단 우선순위 설정과 칼륨·인 조절의 중요성

혈액투석 환자분의 식습관을 처음 살펴보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투석 환자에게는 단순히 ‘좋은 음식’보다 ‘몸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칼륨과 인 성분이 과도하게 쌓이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 두 영양소의 조절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식단에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칼륨 함량이 높은 오렌지나 콩류 대신 저칼륨 채소인 오이, 토마토 등으로 대체하고, 과일 섭취는 하루 1/2개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콩은 삶고 물에 담가 칼륨 배출을 유도하며, 섭취량도 엄격히 조절해야 합니다. 이런 식단 우선순위는 혈당뿐 아니라 칼륨과 인 수치 관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식품 선택 기준을 세우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고기, 생선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단백질을 섭취할 때 ‘고기냐 생선이냐’ 또는 ‘소고기냐 돼지고기냐’의 선택에만 집중하시곤 합니다. 이번 환자 역시 “돼지고기는 기름지고 몸에 나쁘다”며 주로 소고기를 선택하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지방 함량이 높은 삼겹살 위주로 섭취하고 있었습니다.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부위를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었습니다.

이에 저는 단백질 섭취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투석 중인 당뇨 환자에게는 ‘전략’이라고 강조드렸습니다. 먼저 고기의 경우에는 돼지고기라도 사태나 목살처럼 비교적 지방이 적고, 조리 시 기름을 덜 쓰는 방식으로 조절하면 건강에 부담이 없다는 것을 알려드렸습니다. 또한 고등어는 오메가-3를 포함해 항염증 효과가 있어, 별도의 영양제 없이도 혈관 건강을 돕는 좋은 단백질 식품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소금이나 간장 양념은 최소화하도록 설명드렸습니다.

계란은 소화가 잘 되고, 인 함량도 상대적으로 낮아 투석 환자에게 적절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하지만 노른자를 하루에 여러 개 섭취하는 것은 피하고, 전체 식사에서 단백질의 총량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환자에게 식품의 영양소뿐 아니라 조리법, 섭취량, 타이밍까지 함께 설명해드렸더니, "이제 단백질도 계획적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에는 고기나 생선을 드실 때에도 부위별, 조리법별로 스스로 판단해 식사를 조절하셨고, 혈액 검사 수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콩과 과일 섭취 관리법과 조리법의 실제 적용

검정콩과 과일은 건강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혈액투석과 당뇨를 함께 관리하는 환자에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검정콩은 식물성 단백질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지만, 칼륨과 인 함량이 매우 높아 과다 섭취하면 위험합니다. 따라서 콩은 식사 반찬이나 토핑으로 1큰술 이내로 제한하고, 반드시 삶아서 물에 담가 칼륨을 줄이는 조리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과일 중에서는 특히 오렌지와 바나나가 칼륨과 당 함량이 높아 하루 섭취량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분께는 하루에 오렌지 1/2개 이하 섭취와 저칼륨 채소를 식사 전에 먼저 먹는 ‘식사 순서 조절’ 방법을 안내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혈당 급상승을 막는 데에도 효과적이며, 식사 전 채소 섭취가 혈당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함께 설명하였습니다. 이렇게 식품별 섭취량과 조리법, 식사 순서를 함께 관리하면 투석 환자의 혈당과 전해질 균형 유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후 환자분은 “좋다고만 생각했던 음식이 오히려 내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본인의 식단을 다시 점검하셨고, 투석 중 칼륨 수치가 이전보다 안정된 것을 보고 큰 동기부여를 받으셨습니다.

식사의 순서가 생명을 바꿉니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어 식사의 순서는 의외로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투석 중이면서 당뇨가 있는 환자의 경우, 단순히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 무엇을 먼저 먹는가가 혈당과 체내 대사 반응을 좌우합니다. 이 환자 역시 “딸기랑 오렌지를 아침에 공복에 먼저 먹는다”고 말씀하셨고, 운동 후 과일을 간식처럼 드시는 경우도 자주 있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혈당 급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채소→단백질→탄수화물→과일 순서로 식사하는 원칙을 설명드렸습니다. 특히 오이와 토마토처럼 칼륨 함량이 낮고 혈당 반응에 영향을 덜 주는 채소를 가장 먼저 섭취하게 함으로써, 이후 섭취하는 음식의 흡수를 천천히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식사 순서는 단순한 루틴이 아닌, 식후 혈당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자연스러운 혈당 조절 장치'입니다. 실제로 환자분께서는 이 식사 순서를 적용한 이후 식후 혈당이 40~50mg/dL까지 덜 오르는 경험을 하셨고, “이렇게 순서만 바꿨는데도 혈당이 다르다니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또한 식사 시간도 중요합니다. 혈당 조절이 어려운 당뇨 환자는 끼니 간격이 불규칙하거나 너무 늦게 식사할 경우, 인슐린 작용과 체내 대사가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식사 중에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투석 환자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생활 관리의 일환임을 강조드렸습니다.

이처럼 식사 순서 하나, 시간 하나가 치료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으며, 환자의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할 때 치료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마무리하며

식단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는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실제 환자 식습관 개선의 핵심 원칙입니다.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당뇨 환자에게는 음식의 종류뿐 아니라 양, 조리법, 순서, 섭취 시간까지 모두가 치료 전략의 일부입니다. 특히 이번 환자처럼 스스로 건강식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해온 분들도, 실제로는 혈당이나 전해질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영양사로서 저는 환자의 말 속에서 식습관의 맹점을 찾아내고, 조리 방법과 섭취 순서까지 세심하게 조율해 식사 자체가 치료가 되도록 돕습니다. 과일이나 콩처럼 흔히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식품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제한되거나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단백질 식품 또한 ‘무조건 많이’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먹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식사 순서와 구성에 대한 교육을 통해 환자 스스로 식단의 원리를 이해하고 변화된 혈당 수치를 직접 체감하게 될 때, 순응도와 자발적인 실천력이 향상됩니다. 결국 병원 밖 일상 속 식사가 제대로 자리 잡는 것이야말로 치료의 연장선이며, 삶의 질 향상의 출발점입니다.

앞으로도 당뇨와 투석을 함께 겪는 환자들이 식사를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환자 맞춤형 식사전략을 계속 제시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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