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 환자에게 심혈관 질환은 '합병증'이 아닌 '주요 사망 원인'
투석을 시작한 A 씨(68세)는 식사량이 꾸준하고 체중 변화도 적어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혈액검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혈청 알부민은 3.5g/dL로 단백질 영양 상태가 불안정했고, LDL 콜레스테롤은 140mg/dL, CRP 수치는 2.8mg/dL로 높아져 있었습니다. 주치의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습니다”라고 경고하였고, 그때서야 A 씨는 단순한 콩팥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혈액투석 환자의 사망 원인 중 약 40%가 심혈관계 질환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심근경색, 뇌졸중, 울혈성 심부전 등이 대표적이며, 이는 식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체중만 유지된다고 해서 건강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영양 보충이 아닌, 염증과 혈관 건강을 고려한 전략적인 식사 구성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주의해야 할 수치들과 그 수치를 관리하기 위한 식사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과잉 포화지방과 나트륨, 혈관 건강을 가장 먼저 위협합니다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줄여야 할 것은 포화지방과 나트륨입니다.
일부 환자들은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삼겹살, 소시지, 햄 같은 고지방 가공육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식품은 포화지방과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아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삼겹살 100g에는 포화지방이 약 15g, 간이 된 경우 나트륨은 200mg 이상 포함되어 있으며, 여기에 국물류 반찬과 절임류가 더해지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3,000mg을 넘기기 쉽습니다.
포화지방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상승시켜 동맥경화를 촉진하고, 과도한 나트륨은 고혈압과 심부전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건강한 단백질 공급원으로는 기름기를 제거한 닭가슴살, 구운 두부, 삶은 계란, 염분이 적은 생선을 추천합니다. 조리시에는 튀기는 방법 대신 삶거나 찌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조미료 대신 생강, 마늘, 강황과 같은 천연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단백질 보충'이라는 이유로 기름진 음식을 무분별하게 선택하지 않도록 정확한 식품 선택 기준이 필요합니다.
LDL과 중성지방 수치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혈액투석 환자의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염분이나 체중 관리 외에도 지질 수치, 특히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면밀히 관리해야 합니다.
68세 남성 A씨는 혈압과 체중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정기 혈액검사에서 LDL 수치가 152mg/dL, 중성지방이 228mg/dL로 확인되었습니다.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으며, 수치가 높을수록 동맥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어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될 위험이 커집니다.
중성지방 역시 과잉 섭취된 열량이 간에서 합성되어 저장되는 형태로, 수치가 높으면 HDL 콜레스테롤 감소,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함께 심혈관 위험이 증가합니다.
실제로 많은 투석 환자가 고지방 식사나 단 음료 섭취 등으로 인해 이 수치들이 정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럴 때는 식이요법과 더불어 약물치료가 병행될 수 있으며, 특히 저포화지방, 고식이 섬유 식단이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총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는 심혈관 위험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LDL과 중성지방 각각의 수치를 따로 확인하고 이에 맞는 식사 전략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염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많은 혈액투석 환자들이 '저염식'만 잘 지키면 심장 건강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칼륨과 인의 균형까지 고려해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C씨(65세)는 병원 식단은 짜지 않아 먹기 힘들다며 집에서 만든 저염식을 고집해 왔지만, 정기 혈액검사에서 혈청 인 수치가 7.2mg/dL로 기준치(3.5~5.5mg/dL)를 초과했고, 혈청 칼륨도 5.8 mEq/L로 상승해 있었습니다.
인 수치가 높으면 혈관에 석회화가 진행되어 동맥경화 위험이 커집니다. 또한 고칼륨혈증은 심장의 전기적 리듬에 직접 영향을 주어 부정맥이나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가 일상적인 식사에서 쉽게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멸치, 김, 콩류, 견과류 등은 저염이라 하더라도 칼륨과 인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투석 환자의 식단은 단순히 싱겁게 먹는 것을 넘어서, 무기질 조절까지 포함한 정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조리 시에는 데치기와 물에 담가두기 등 칼륨 제거 조리법을 활용하고, 인결합제 복용 타이밍도 정확하게 맞춰야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심혈관 위험 지표를 지표답게 활용하기
혈액투석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콜레스테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알부민, CRP, LDL 콜레스테롤 같은 복합 지표를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70세 여성 D씨는 체중 유지가 양호하고 식사도 잘 챙기는 편이었지만, 알부민은 3.3g/dL로 낮았고, 고감도 CRP는 4.5mg/L, LDL 콜레스테롤은 160mg/dL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거나 체내 염증 반응이 지속되면 심혈관계 손상이 가속화됩니다.
알부민은 영양 상태를 반영하면서도, 심혈관계 예후를 보여주는 중요한 예측 지표입니다. CRP는 체내 염증 수준을 나타내며, 만성염증은 동맥경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LDL 수치가 높은 경우, 죽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반드시 식이조절과 필요시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지표들은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확인 가능하며, 수치를 모니터링하면서 식단을 조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환자 교육 시 단순한 숫자 해석이 아닌, 그 수치가 왜 중요한지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론 : 작은 식사 선택이 심혈관 건강을 좌우합니다
혈액투석 환자에게 심혈관 질환은 피할 수 없는 위험 요소가 아니라, 일상 속 식사 관리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체중을 유지하거나 염분만 줄이는 접근은 이제는 부족합니다. 포화지방, 나트륨, 인, 칼륨의 섭취를 정밀하게 조절하고, 혈액검사에서 알부민, CRP, LDL, 중성지방 등 주요 지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투석이라는 치료는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식사는 그 생명을 건강하게 연장시켜주는 또 하나의 치료입니다. 오늘의 한 끼가 내일의 심장 건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제시하는 식사 기준과 영양사의 조언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과학적 지침입니다. 환자 개인의 기호와 식습관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심혈관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식단 선택이 필요합니다.
작은 음식 선택 하나가 향후 몇 년의 건강을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식탁 위의 선택이 곧 심장 보호의 첫걸음임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