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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영양사가 알려주는 병원 혈액투석식의 구성

by 다른별 2025. 4. 17.

병원 급식의 투석식은 단순히 '싱겁고 자극 없는 음식'이 아닙니다. 실제로 혈액투석 환자에게 제공되는 식단은 매우 엄격한 영양 기준과 조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냥 흰밥으로, 반찬 싱겁게 나오는 거 아닌가요?" 정도로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임상영양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오해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병원에서 투석식이 어떻게 계획되고 조리되는지, 그리고 영양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자세히 들려드리려 합니다. 평소 몰랐던 급식의 '속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투석식은 일반 식단과 어떻게 다를까?

혈액투석식은 일반 입원환자식과 비교했을 때 영양소 조절 항목이 훨씬 까다롭고 세밀합니다. 일반 환자식이 칼로리와 나트륨 중심이라면, 투석식은 칼륨, 인, 단백질, 수분까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바나나, 토마토, 감자처럼 칼륨이 높은 식품은 대부분 제외되며, 시금치나 콩류도 조심해야 합니다. 단백질은 오히려 늘려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시에 인과 나트륨 함량도 같이 보아야 하므로 식재료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특히 환자의 혈중 전해질 수치나 체중 변화에 따라 식단이 자주 조정되므로, 매일 개별 상태를 고려한 유연한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그만큼 임상영양사와 의료진, 급식팀 간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됩니다.

2. 식단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식단 구성은 단순히'영양 기준표'만 보고 짜는 것이 아닙니다. 혈액투석 환자의 경우, 의사 오더와 혈액검사 수치, 전일 섭취 기록까지 반영하여 식단을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고칼륨혈증이 의심되는 환자라면, 칼륨이 적은 식재료 위주로 구성하고, 야채도 데쳐서 칼륨을 제거한 후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단백질 교환단위'를 기준으로 환자의 체중과 영양상태에 맞춰 단백질 양을 정확히 조정합니다. 국이나 찌개를 줄이거나 국물은 제공하지 않는 등 조리 형태에 따른 나트륨 관리도 중요합니다. 매주 식단이 업데이트되며, 계절에 따라 식재료와 레시피도 수정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환자 맞춤형 식단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3. 조리실에서는 어떤 점을 주의할까

혈액투석 환자의 식사는 조리 방식 자체가 치료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습니다. 조리실에서는 재료를 단순히 익히는 수준을 넘어서, 전처리 과정부터 철저히 조절해야 합니다. 특히 칼륨 제거를 위해 채소는 반드시 데치거나 물에 충분히 담가 놓은 후 조리해야 하며, 단백질 공급원인 육류나 생선도 1회 제공량을 정확하게 계량해 사용합니다.

소금, 간장, 된장과 같은 기본 조미료도 정량 사용하며, 가능하면 무염이나 저염 조미료를 활용합니다. 조리사는 영양사가 제공한 표준화된 조리법을 숙지하고, 계량스푼이나 전자저울을 이용해 오차 없이 조리해야 하며, 식사 제공 전 마지막 확인 과정에서 실제 배식량도 다시 확인합니다. 조리 단계에서 한 끗 차이로 나트륨이나 칼륨 섭취량이 초과될 수 있으므로, 조리실에서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4. 영양사의 모니터링 

병원에서 임상영양사의 역할은 단순히 식단을 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급식실 점검은 필수입니다. 실제 조리와 배식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모니터링해야 하며, 특히 투석식의 경우 그 중요성이 더욱 큽니다. 영양사는 조리사와 주기적으로 회의를 통해 레시피와 조리법이 정확히 준수되는지 확인하고, 조리 도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또한 식사 후 환자의 잔반량을 확인하고, 혈액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하여 영양 섭취 상태를 파악합니다. 필요하다면 식단 변경을 의료진과 상의하여 즉시 반영하기도 합니다. 어떤 환자는 국을 남기고 어떤 환자는 고기 반찬을 남기는 등의 섭취 패턴도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양사는 식단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보다 적절한 식사 관리 교육까지 이어가게 됩니다.

결론

투석 환자를 위한 병원 급식은 '치료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우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됩니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기반으로 영양사가 식단을 설계하고, 조리사는 이를 실현하며, 의료진과 긴밀히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식사의 질이 유지됩니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잘 기억하셔서 가정에 돌아가셔서도 식사를 하실때 지침서 역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환자에게 제공하는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의료의 연장'이기에, 그 과정을 조금 더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신뢰해주길 바랍니다. 병원에서 식사를 골고루 잘 하셔서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