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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소와 영양실조로 시작된 투석

by 다른별 2025. 5. 24.

영양실조 사진

오랜 당뇨병 병력과 함께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던 70대 남성 환자. 평소 체중은 54kg이었지만 최근 1~2주 사이에 7kg 이상 빠지며 기운이 없어졌고, 결국 혈액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운동을 즐기던 분이었지만 식사량이 줄어들면서 에너지도 점차 고갈되었고, 체력 저하와 영양실조가 겹치면서 몸은 더 빠르게 쇠약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환자의 사례를 통해 급격한 체중 감소와 영양 불균형이 투석 시작 시점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영양학적 시선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체중 감소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 환자는 키 167cm, 체중 46.8kg으로 이상적인 체중 대비 76.1% 수준에 해당합니다. 퍼센트 수치가 90% 미만이면 영양 위험이 있는 상태로 간주되며, 75~80%는 중등도 영양실조에 해당합니다. 특히 1~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7.2kg, 즉 전체 체중의 13.3%가 감소했다는 점은 단순한 체중 변화가 아닌 생리적 위기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급격한 체중 감소는 체내 단백질 저장량과 근육량의 감소를 동반하게 되며, 이는 회복력을 떨어뜨리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킵니다.

혈액검사 결과도 이러한 상태를 뒷받침합니다. 알부민 수치는 2.4g/dL로, 중증 저알부민혈증에 해당하며, 단백질-에너지 영양불량(PEM: Protein-Energy Malnutrition)의 징후입니다. 총 림프구 수(TLC)는 687.8로 기준치인 1500 미만에 한참 못 미치며, 면역 기능 저하를 의미합니다. 이 수치는 단백질 부족이 단순히 근육 손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면역 체계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헤모글로빈(Hb) 수치도 11.9g/dL로 빈혈 기준에 근접해 있어, 영양 상태가 전신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체중 감소는 단순한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특히 혈액투석을 시작하는 환자의 경우, 체내 단백질 저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투석 중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의 체력 보존과 영양상태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환자의 상태를 수치로만 판단하지 않고, 전반적인 기능 저하와 회복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식사량은 작은데도 혈당은 높은 악순환이 시작된다

환자는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공복혈당(FBS) 181mg/dL, 식후 2시간 혈당 398mg/dL, 당화혈색소(HbA1c) 10.3%로 혈당 조절이 심각하게 실패한 상태입니다. 식사량은 매 끼니 병원에서 제공되는 식사의 절반 정도만 섭취하며, 간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혈당은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매우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대사 상황을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혈당이 높으면 환자나 보호자는 덜 먹어야 한다 고 생각하지만, 이 환자처럼 이미 식사를 충분히 하지 않는 상태에서 혈당이 높다는 건 인슐린 저항성과 간에서의 당 생성이 과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즉, 체내에 충분한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으니, 간에서 저장된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해 당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혈당은 오히려 더 올라가고, 체내 단백질 손실도 가속화되어 근육과 면역력은 더욱 약해집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단순히 당뇨식을 강조하는 것보다, 현재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적정 열량과 단백질 섭취를 통한 대사 안정화입니다. 오히려 너무 제한된 식사가 혈당 조절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며, 환자의 저조한 식사량을 회복시키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특히 투석이 시작된 시점에서는 에너지 요구량이 더욱 높아지므로, 기존 당뇨식보다 적극적인 열량 공급 전략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식사량이 절반 정도로 떨어졌을 경우, 주 식사를 조절하기보다는 간식과 보충식을 활용하여 부족한 열량과 단백질을 메워야 합니다. 환자의 입맛이나 기력, 위장 상태 등을 고려해 죽, 연두부, 고단백 음료, 당 조절용 영양보충식 등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영양실조는 투석 시작을 앞당길 수 있다

이 환자의 경우, 당뇨병이 있었고 신장기능도 나빴지만, 결정적으로 최근 급격한 체중 감소와 심한 영양실조가 혈액투석을 시작하게 된 주된 계기였습니다. 영양상태가 나빠지면 면역력 저하는 물론, 빈혈이나 저혈압, 전해질 불균형 등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기 쉽고, 이는 결국 신장 기능을 더욱 악화시켜 투석을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투석을 시작했다고 해서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혈액투석은 체내 노폐물은 제거해 주지만, 동시에 단백질 손실도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영양 보충이 필요합니다. 특히 당뇨를 동반한 투석 환자는 탄수화물만 늘리는 식사로는 혈당 조절도 어렵고, 근육 손실을 막을 수 없습니다. 단백질이 풍부한 살코기, 생선, 계란, 두부 같은 식품을 우선적으로 섭취하고, 필요한 경우 단백질 보충 음료나 고단백 간식을 활용해야 합니다.

한 끼에 많은 양을 먹기 어렵다면, 소량씩 자주 먹는 식사패턴으로 전환하고, 식사 사이에 간식 형태로 단백질과 열량을 채워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제는 덜 먹는 식사가 아닌 잘 먹는 식사로 바꾸어야 할 시점입니다.

환자분은 당장 섭취를 많이 하시기 힘들다고 하여 병원에서 제공해주는 식사를 죽으로 변경하고 추가로 단백질 파우더를 뿌려서 섭취하기로 했습니다. 반찬으로 나오는 단백질 식품도 꼭 섭취하도록 독려하였습니다. 또한 간식으로 나오는 우유를 고단백 영양음료로 바꾸어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작은 양을 섭취하시더라도 더 영양가가 많은 섭취를 하시도록 했고, 지금처럼 제공되는 죽이나 음료는 쉽게 먹기 좋다고 하시며 섭취 잘하셨습니다.

운동을 중단한 몸은 급속도로 무너진다

이 환자는 원래 활동적인 생활을 해왔지만, 최근 기력이 떨어지면서 운동을 중단하게 되었고 그 시점부터 몸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운동은 근육을 유지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고령의 당뇨병 환자에게 있어 운동 중단은 단순한 움직임의 중단을 넘어 전신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계기가 됩니다. 근육은 단백질 저장 창고이자 대사 기능의 핵심인데,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빠르게 소실되고, 이로 인해 기초대사량이 감소하며 식욕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현재 환자도 영양실조, 면역력 저하 상태에 있습니다. 운동이 중단되면 대사와 면역, 혈당 조절 기능 모두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체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 가벼운 활동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많은 양의 운동을 요구하기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며, 신체 상태에 맞는 운동 계획을 세워 점진적으로 회복을 도와야 합니다. 특히 투석 중에도 적절한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 개선과 혈당 조절,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교육을 듣고 난 환자분은 너무 누워만 있었더니 더욱 기력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입원해서 컨디션이 조금씩 나아짐을 느끼고 있으니 식사 후에는 병원 주변을 계속 산책이라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결론

다행히도 이 환자분은 본인의 상태를 인지하고 식사와 활동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긍정적인 변화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체중 감소나 혈당 수치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고령 당뇨 환자에서의 복합적인 영양 문제와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급격한 체중 감소는 단지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근육 소실과 면역 저하, 대사 불균형을 동반하며 투석 시작을 앞당길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됩니다.

특히 투석을 시작하는 시점에서의 영양 상태는 예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때 단순한 혈당 조절보다 더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 공급이며, 식사량이 줄어든 환자에게는 작지만 영양밀도가 높은 식사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운동 중단은 빠른 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가벼운 활동도 꾸준히 권장되어야 합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당뇨와 신부전을 앓는 고령 환자에게 있어 영양 관리와 활동 유지가 단순한 건강 유지 차원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입니다. 환자의 기력과 의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세심한 영양 개입과 현실적인 운동 계획이, 결국 투석 이후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