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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환자의 탄수화물 딜레마

by 다른별 2025. 5. 31.

혈액투석 환자는 신장 기능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로, 체내 노폐물과 수분 조절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따른 식사요법은 투석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탄수화물 섭취는 에너지원으로 필수적이지만, 과도하거나 편식하는 경우 혈당과 체중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고, 혈액투석 환자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65세 남성 혈액투석 환자의 구체적인 식습관과 혈액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다루고자 합니다. 김밥과 같은 외식음식도 드시고 싶어하셨고, 음주와 콜라를 자주, 많이 드시고 계셨습니다. 이 환자의 불규칙한 생활 패턴과 식사리듬을 고려한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영양 상담 사례를 통해 효과적인 식사 조절 방법을 제시하겠습니다.

탄수화물 편중 식사의 악순환

이 환자분은 65세의 남성으로, 신장 기능 저하로 혈액투석을 받고 계셨습니다. 키 175cm에 체중은 64kg으로 이상체중인 70.4kg에 비해 조금 낮은 체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혈액검사 결과로는 AST 101 U/L, ALT 145 U/L로 간 수치도 높고, BUN 30.3 mg/dL, 크레아티닌 3.2 mg/dL 로 신기능 저하 역시 명확한 상황입니다. 환자의 식습관을 살펴보면 아침과 점심은 라면, 우동, 국수 등 간단히 조리 가능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로 대체하고 있으며, 밥을 먹는 경우에도 채소 반찬은 거의 섭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튀김류를 좋아해서 통닭도 자주 드시고, 주 2~3회 소주 3~4병을 마시는 음주 습관까지 더해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식습관이 단순히 영양 불균형에 그치지 않고, 투석 중 체중 유지, 전해질 관리, 혈당 조절까지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콜라를 물처럼 자주 마시는 것도 빈번한 혈당 변동과 체액 과잉 위험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이에 상담 중 '밥을 차리는 게 귀찮고 라면이 제일 편하니까 자주 먹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이러한 식사가 근육 감소와 저단백증, 과도한 나트륨 섭취로 이어진다는 점을 교육해 드렸습니다. 특히 식단 내 단백질과 섬유소가 현저히 부족해 잦은 피로감과 투석 후 회복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설명드렸습니다.

이후 환자분은 '밥을 차리기 귀찮다는 생각만 했지, 이게 이렇게 안 좋을 줄은 몰랐다.'며 '라면은 줄이고, 반찬 없이 먹는 것도 좀 바꿔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 식단 변화는 작지만 중요한 첫걸음이며, 앞으로는 식사 시 단백질과 채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식사 구성법을 계속 제안드릴 계획입니다.

김밥은 가능할까 환자 맞춤 섭취 기준

상담 중 환자분은 '다른 병원에서는 투석할 때 김밥을 간식으로 주던데, 이 병원은 안주나요?'라고 질문하셨습니다. 투석 중 출출함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김밥은 익숙한 간식일 수 있으나, 모든 김밥이 다 괜찮은 선택은 아닙니다. 김밥은 주로 흰쌀밥으로 구성되어 있어 탄수화물 비중이 높고, 당근볶음, 단무지, 맛살, 햄, 참기름 등 나트륨과 포화지방이 많은 재료가 함께 들어갑니다. 이 환자처럼 간 기능 저하와 신기능 저하가 동반된 경우, 염분과 포화지방 과잉은 부종과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김밥 자체를 완전히 금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료 선택과 조리법만 잘 조절하면, 적절한 간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밥 양을 줄이고 소고기나 달걀지단 중심의 단백질 식품을 추가하고, 나트륨 함량이 높은 재료는 생략하거나 적게 넣도록 안내하였습니다. 현재 병원자체에서 제공하는 김밥은 힘들 수 있으나 섭취 가능한 조리법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럼 제가 직접 재료 준비해서 싸면 더 괜찮겠네요?”라는 환자분의 반응처럼, 기존의 식습관을 무작정 제약하기보다는 가능한 범위에서 맞춤형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실제 실행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음주와 콜라 습관이 신장에 미치는 영향

이 환자분은 주 2~3회 소주를 3~4병씩 마시는 음주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안주는 그때그때 다양한 것을 섭취합니다. 특히 기름진 안주류와 함께하는 음주는 간 기능 저하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알코올은 탈수를 유도해 투석 후 수분 재흡수를 어렵게 만들고, 전해질 불균형을 야기합니다. 특히, 혈중 칼륨 수치나 인 수치가 관리되지 않으면 부정맥, 골대사 이상 등의 위험도 증가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콜라 섭취입니다. 환자분은 '콜라를 물처럼 마신다'고 표현하실 정도로 하루에도 패트병을 들고 통째로 드신다고 하셨는데, 이는 단순당 섭취 증가뿐 아니라 인산염 함량이 높은 식품으로서 체내 인 수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이에 상담 중 “술은 그냥 기분 전환으로 마시고, 콜라는 탄산 좋아서 끊기 힘들다”고 말씀하셨지만, 투석 환자에게 음주와 콜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닌, 질병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강조드렸습니다. 특히 콜라에 들어있는 인산염은 신장에서 배출되지 않아 뼈 건강을 해치고, 혈관에 석회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환자분은 '콜라를 줄이고 물이나 보리차, 안되면 탄산수로라도로 바꾸는 연습부터 하겠다'고 하셨고, 음주도 횟수와 양을 줄이도록 스스로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소모적인 기호 습관을 대신할 수 있는 음료와 대체 음식을 안내하는 것이 환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핵심 전략입니다.

불규칙한 생활, 식사 리듬부터 바로잡기

이 환자분은 현재 직장을 쉬고 있는 상태로, 하루 일과가 일정하지 않고 식사 시간도 들쭉날쭉하였습니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나  올바른 영양소 섭취가 부족한 식사 등의 패턴은 혈당 조절뿐 아니라, 혈중 요소질소와 크레아티닌수치를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규칙적인 식사 리듬이 형성되지 않으면 인슐린 반응과 혈중 전해질 균형도 불안정해져 전신 피로감이나 저혈압, 심지어는 투석 후 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첫 번째로는 식사 시각을 하루 3끼로 고정하고, 주식은 밥으로, 반찬은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구성하도록 권장하였습니다. 특히 조리하기 쉬운 두부, 계란찜, 데친 채소 등을 제안하며, 튀김보다는 찜이나 구이 같은 조리법을 활용하도록 안내하였습니다. '아침은 계란 하나랑 밥이라도 챙겨볼게요'라는 환자분의 말처럼, 과도한 변화보다는 실현 가능한 작은 습관부터 잡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생활 루틴부터 정리해 식사 리듬이 안정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식이요법의 효과를 높이는 첫 단계가 될 것입니다.

결론

혈액투석 중인 환자에게 식사조절은 단순한 제한이 아닌, 병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이번 사례처럼 간 기능 저하와 신기능 저하가 함께 있는 환자의 경우, 영양 상담 시 단순히 피해야 할 식품을 나열하는 것보다, 기존 식습관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환자 맞춤형 대안을 제시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라면, 콜라, 튀김, 음주 등 익숙한 식습관을 단숨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환자 스스로가 위험성과 대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변화를 이끕니다.

이번 상담을 통해 환자분은 라면, 콜라, 술 등 평소 섭취하던 식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줄이는 것부터 해보겠다'고 의지를 보이셨습니다. 또한 식사 시간을 정하고 간단한 반찬이라도 곁들이려는 노력을 시작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는 환자의 일상 속에서 식사의 리듬과 품질을 조율해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리법입니다. 환자의 상황에 맞는 식사 설계와 실천 가능한 변화 유도는, 투석 식이요법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