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당뇨병을 앓아온 77세 여성 환자분은 최근 뇌졸중으로 입원하면서 본격적인 혈액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투석 전부터 만성 신장기능 저하가 지속되어 왔고, 체중은 45kg으로 표준 체중 대비 91.5% 수준입니다. 알부민 수치는 2.6g/dL로 저영양이 의심되며, 헤모글로빈 11.8g/dL, 혈중 크레아티닌 2.68mg/dL, 혈당은 공복 시 175mg/dL, 식후 2시간 혈당은 268mg/dL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혈당 조절뿐 아니라 체내 영양 상태와 수분·전해질 균형까지 신중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상담 중 발견된 가장 큰 문제는 일상적인 식생활, 특히 외식과 간식 습관이었습니다. 본인은 혈당 조절이 어렵다고 호소하면서도 하루 식사 외에 옥수수, 떡, 단팥빵, 호떡 등 고탄수화물 간식을 자주 섭취하고 있었고, 외식 때는 갈비탕집에 가서 갈비는 먹지 않고 국물만 떠먹는다고 말하셨습니다. 당뇨와 투석이라는 두 질환이 겹친 상황에서, 이런 식사는 환자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환자의 사례를 통해 외식이 당뇨·투석 환자에게 주는 위험 요소와 실제 상담에서의 접근법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외식으로 무너지는 투석 당뇨 식사 관리
이 환자분은 병원 식사 외에 간식으로 옥수수 반 개, 단팥빵 반 개, 귤 한 개, 호떡 2/3개, 딸기 몇 알 등을 섭취하고 계셨습니다. 외식은 일주일에 1~2회 정도 있으며, 갈비탕집을 자주 가신다고 하였습니다. 가족들이 갈비를 먹는 동안 본인은 '나는 갈비는 기름지니까 안 먹고 갈비탕 국물만 먹어요'라고 말하셨습니다.
투석 당뇨 환자에게 외식은 식사 조절에 있어 가장 큰 변수입니다. 외식 메뉴 대부분이 당질, 나트륨, 지방 함량이 높고, 정확한 조리법이나 양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환자분처럼 투석을 하고 계시는 분이 갈비탕 국물만 먹는다던지, 식후 혈당이 268mg/dL까지 상승하고 있는데 옥수수, 떡, 호떡 같은 고탄수화물 간식을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상담 중 환자분은 '당뇨밥이 너무 적어요. 밥 먹고도 배가 고파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저는 "식사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단백질이 부족해서 허기가 오는 것"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간식은 혈당을 더 올릴 뿐만 아니라 영양의 균형도 무너뜨릴 수 있으니, 식사에서 충분한 단백질을 포함하도록 조정하고 간식은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안내드렸습니다.
교육 후 환자분은 '밥이 작은 게 아니라 반찬이 입맛에 안맞아서 금방 배고팠던 것이 맞더라고요. 앞으로는 간식보다 식사에 집중해야겠네요.'라고 이해하셨습니다. 또한 가족에게도 외식 시 갈비탕보다는 고품질의 단백질, 저염 중심의 메뉴로 바꾸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외식은 환자의 식사 습관을 망가뜨릴 수 있지만, 올바른 인식과 가족의 협조가 있다면 건강한 방향으로 얼마든지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투석환자에게 좋지 않은 국물 중심의 식사
혈액투석 중인 환자에게 국물 중심 식사는 치명적인 함정을 안고 있습니다. 이 환자분은 가족들과 갈비탕집에 가면 '갈비는 기름져서 피하고 국물만 떠먹는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갈비탕 국물 한 그릇에는 나트륨이 평균 1,000~1,500mg 이상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투석 환자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이 2,000mg 이하이기 때문에 한 끼로 이미 절반 이상을 초과하는 양입니다. 체내 수분 조절 기능이 없는 투석 환자에게는 그 자체로 고혈압, 부종, 심부전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더욱이 국물에는 단백질은 거의 없고 염분과 포화지방, 칼륨만 과도하게 들어 있어 영양 불균형을 심화시킵니다.
이 환자분의 혈액검사에서도 저알부민 상태(2.6g/dL)와 낮은 헤마토크릿(28%)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단백질 섭취 부족과 빈혈 모두를 시사합니다. 국물만 마시고 단백질을 피하는 식사는 이러한 상태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이에 "차라리 갈비탕 국물은 버리고, 기름기 없는 목살을 구워서 기름기를 뺀 후 드시는 게 낫습니다. 아니면 더 부드러운 수육을 섭취하게 되면 부드럽게 단백질도 섭취할 수 있고 나트륨 섭취도 줄일 수 있어요."라고 설명드렸습니다. 환자분은 처음엔 '국물이 더 부드럽고 삼키기 쉬워서 먹게 되더라'라고 하셨지만, 갈비국물의 나트륨과 수분 부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자 '앞으론 고기를 잘게 잘라서라도 꼭 건더기를 먹어야겠네요'라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투석 환자에게 국물 위주의 식사는 심리적 위안이 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신체에 독이 되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외식 시에는 반드시 국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중심의 건더기 위주 식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영양과 허기를 부른 식사
상담 당시 환자분은 '고기는 별로 안 좋아해요. 튀기거나 볶은 건 부담스럽고, 그냥 깔끔하게 국물만 먹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환자분의 알부민 수치 2.6g/dL, 체중 45kg, 그리고 이상체중 대비 체중이 91.5%에 머물러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백질 섭취 부족으로 인한 저영양 상태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환자분이 말한 '허기'는 밥의 양이 작아서가 아니라 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만성적인 포만감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단백질이 부족할 경우 근육 손실은 물론 면역력 저하, 상처 회복 지연, 빈혈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투석 환자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특히 투석 시 단백질이 소실되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한 신장 기능을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고기나 생선 등을 회피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저영양 상태를 가속화하게 됩니다.
저는 환자분에게 '지금처럼 간식을 많이 드시면서도 계속 허기지는 이유는 밥 양 때문이 아닙니다. 단백질이 부족하니 포만감도 없고, 혈당도 쉽게 오르내리는 겁니다. 차라리 간식을 줄이고, 식사 안에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이후에는 삶은 계란 흰자, 두부구이, 수육 등 부드럽고 저지방의 단백질 식품들을 예시로 들며, 식사 중 한 가지씩 꼭 포함하시도록 제안드렸습니다.
환자분은 '계란이나 두부는 먹기 편하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고기도 얇게 썬 걸로 조금씩 연습해볼게요.'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단백질 회피는 습관에서 오는 경우가 많으며, 올바른 정보와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면 충분히 교정이 가능합니다. 특히 투석 환자는 단백질 섭취에 대해 무조건 '기름진 음식=피해야 할 음식'이라는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입니다.
가족의 식사 인식이 환자 식습관을 결정합니다
외식 시 환자분은 '가족들이 갈비탕집을 좋아해서, 나는 갈비 말고 국물만 먹어요. 기름지지 않게 하려고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가족의 외식 패턴과 식사 인식이 환자의 식습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투석 환자는 식단 조절이 필수지만, 실제 일상에서는 가족의 선택에 따라 영양 섭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기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나 '기름지면 안 된다'는 오해는, 가족들의 식사 선택과 조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환자의 영양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환자 가족이 갈비탕집을 선호하고, 환자에게는 '국물만 떠먹으라'고 권하는 상황은 좋은 의도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영양소 부족과 나트륨 과다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이 환자의 식이제한 사항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환자가 혼자 조절해야 하는 부담이 매우 커지게 됩니다. 식탁의 선택권이 가족에게 있을 때, 환자의 식단도 함께 무너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상담 중에 '혼자 식이조절을 다 책임지기엔 너무 어려우세요. 가족들도 어떤 음식이 도움이 되고 어떤 게 위험한지 함께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외식할 때도 메뉴 선택이 달라지고, 환자분을 도울 수 있어요'라고 강조드렸습니다. 이후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도록 투석 환자 외식 가이드를 간단하게 정리해 드렸고, 환자분도 '남편이랑 자녀들이랑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다음엔 목살도 같이 구워 먹어보자고 해야겠네요'라고 하셨습니다.
환자의 식사 변화는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가족의 이해와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단백질에 대한 인식, 조리 방법의 변화, 외식 시 메뉴 선택까지 가족이 함께 고민해야 지속 가능한 식습관이 만들어집니다.
결론: 가장 위험한 건 정보 부족입니다
이 환자분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문제는 단백질 회피 자체보다, 그것이 만들어진 '잘못된 식사 정보와 인식'이었습니다. 기름지다, 국물이 부드럽다, 간이 세지 않다는 주관적인 기준이 투석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투석 환자에게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고기를 꺼리는 심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결국 간식으로 공복을 채우게 되고, 이는 혈당 불안정과 영양 불균형을 심화시킵니다. 따라서 상담 시에는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현실적인 식사 전략과 가족을 포함한 실천 환경까지 함께 조정해나가야 합니다.
이번 상담을 통해 환자분은 국물 중심 식사의 위험성과 단백질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되었고, 갈비탕보다는 삶거나 찐 고기, 구운 고기 위주의 단백질 보충으로 전환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간식 섭취를 줄이고 계란 흰자, 두부, 수육 등 소화가 쉬운 단백질 식품을 매 끼니에 하나씩 넣는 연습을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혈액투석을 받는 당뇨 환자에게는 단순한 식사 조절 이상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오랜 식사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정확한 정보와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변화가 가능합니다. 식사의 선택은 곧 생존의 선택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건강한 식사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임상영양사의 역할이자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