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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 식사의 과학(칼륨, 단백질, 인, 수분)

by 다른별 2025. 4. 21.

투석 치료를 받는 분들께 식사는 단순한 영양 보충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음식 하나하나가 건강과 직결되며, 잘못된 식사 선택은 합병증을 유발하거나 치료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영양 상담 중 만나는 많은 환자분들께서 "먹을게 없던데, 이건 그나마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하십니다. 이에 따라 이번 글에서는 투석 환자분들이 식사에서 꼭 기억해야 할 영양학적 과학 원리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신장을 대신하는 혈액투석만큼이나 식단 조절도 '맞춤형 치료식'이 되어야 한다는 점,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혈액투석 식사에서 조심해야 할 성분

1. 몸에 좋지만 넘치면 독이 되는 '칼륨'

칼륨은 우리 몸의 신경과 근육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미네랄이지만,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투석 환자에게는 관리가 필요한 성분입니다. 신장이 칼륨을 배설하지 잘 못합니다. 따라서 배출하지 못한 칼륨의 농도가 혈중에 높아지게 되면 심장 부정맥이나 심정지와 같은 위험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바나나, 감자, 시금치, 오렌지주스 등 건강식으로 여겨지는 식품들이 투석 환자에게는 위험한 고칼륨 식품이 될 수 있습니다.

영양상담 중 한 환자분은 "열량을 보충할 방법으로 건강하게 과일을 먹어야겟다"라고 하시며 매일 바나나를 드셨습니다. 그로 인해 혈중 칼륨이 6.0 이상으로 상승해 응급실을 찾으신 적도 있었습니다. 칼륨은 자연식품에 광범위하게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고칼륨 식품을 줄이고, 추가적으로 칼륨이 좀 더 작게 들어있는 식품들도 칼륨을 줄이는 조리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채소를 삶은 후 물에 헹구고, 삶은 국물을 버리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즉, 건강식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며, 투석 환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충분히 먹되 '질'이 중요한 '단백질'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분들은 투석 과정에서 단백질 손실이 많습니다. 그래서 만성신부전 때와는 다르게 오히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많이 먹는 것보다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계란 흰자, 닭가슴살, 흰살 생선과 같은 동물성 단백질은 생물가가 높아 체내 이용률이 좋습니다. 반면, 일부 식물성 단백질은 인 함량이 높아 인 조절이 필요한 투석 환자에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상담한 한 어르신 환자분은 단백질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견과류와 콩, 두부 위주의 식사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인 수치가 계속 높아졌습니다. 복용 중이던 인결합제를 추가로 늘려야 했고, 영양교육이 의뢰되어 식사일기를 통해 원인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단백질 섭취는 무조건 '많이'가 아닌 '잘 골라서'가 핵심입니다. 투석 환자에게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3. 보이지 않는 위험성분 '인'

인 성분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에 자연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가공식품에는 인산염 형태의 인이 첨가물로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혈액투석 환자분들에게 있어 인 수치 조절은 뼈 건강과 혈관 석회화를 막기 위한 중요한 관리 항목입니다. 문제는 인이 음식에 숨겨져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 우유보다 인 수치가 낮은 저인 우유가 필요한데, 이를 모르고 일반 우유를 섭취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류, 커피프림, 일부 베이커리 제품에도 인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병원 식단 상담 중 한 환자분은 매일 믹스커피 한 잔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또한 원래 좋아하던 빵을 건강을 챙기기 위해 통밀빵, 견과류빵으로 바꾸고 건강에 좋다라고 안심하며 자주 섭취하였습니다. 그로인해 인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가공식품의 성분표를 꼼꼼히 살피고, 식품 선택 시 '인산염'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투석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성분이므로 철저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4. 단순히 '적게' 마시는게 아닌 '수분'

혈액투석 환자에게 수분 섭취는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수분 섭취가 과도하면 체중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심부전이나 폐부종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물을 적게 마시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분들이 수분 제한을 하려다 오히려 갈증을 참기 힘들어 하시는데, 이는 식사 내 나트륨 함량이 높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국이나 찌개, 젓갈류처럼 짠 음식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갈증도 줄어듭니다.

상담 사례 중 한 분은 평소 간장에 절인 반찬을 자주 드셔서 수분 제한이 어려웠으나, 식단을 저염 식으로 바꾼 뒤에는 별다른 갈증 없이 수분 섭취량을 조절하실 수 있었습니다. 또한, 얼음 조각이나 냉장 보관한 과일을 활용하면 갈증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수분 제한은 단순히 음료량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식생활의 염분 조절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결론

투석 치료는 의료기기를 통한 대체 치료이지만, 식사는 단순한 영양공급이 아닙니다.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치료 중 하나입니다. '몸에 좋다'라고 알려진 식품도 투석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으며, 반대로 제한된 식품이라도 조리법과 양을 조절하면 건강한 식단이 될 수 있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환자분들을 만나며 느낀 점은, 교육이 반복되면서 환자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실생활에 맞게 조정할 때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신장 질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음식의 과학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