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도 못 먹어요?'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이제 한식은 잘 못 먹는 거죠?'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온 한식인 된장찌개, 김치, 장아찌, 불고기 같은 음식들이 나트륨, 칼륨, 인 등 특정 영양소가 높아 투석환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통 한식을 '변형'하는 방법을 알면 포기하지 않고도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임상영양사의 관점에서 한식을 어떻게 재해석하면 투석 환자에게도 안전한 식단이 되는지 소개합니다.
1. 국물요리의 변화
한식의 핵심 중 하나는 국물 요리입니다. '집밥'이라고 하면 흰밥과 옆에 김이 모락하는 따뜻한 국과 밑반찬 이미지가 생각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투석 환자에게 국물은 나트륨과 수분 섭취 증가로 이어져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국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전통 된장찌개 대신 표고버섯, 다시마로 육수를 낸 뒤 소량의 된장만 풀어 채소와 두부를 많이 넣고 '된장조림'처럼 자박하게 조리하면 감칠맛은 유지하면서 나트륨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 국물을 완전히 마시지 않도록 건더기 위주로 국그릇에 담는다던지, 끓인 후 건더기만 섭취하는 식으로 식단을 조절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깊은 맛을 살리면서도 건강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 절임 반찬은 줄이고, 생채나 구이류로 전환하기
김치, 장아찌, 젓갈류 등 한식의 대표 반찬들은 대부분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습니다. 투석 환자에게는 이러한 절임 반찬의 과도한 섭취가 고혈압이나 부종을 유발할 수 있어 조절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반찬을 모두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금으로 절이는 대신 식초와 과일즙을 활용한 무생채, 오이나 배추 등을 식초와 과일즙으로 무쳐낸 상큼한 반찬은 나트륨 함량이 적고 기호도도 높습니다. 또한 나물을 데친 후 들기름과 마늘로 무친 스타일 반찬은 풍미를 높이면서도 나트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병원 식단에서도 제철채소 생채나, 조리 시 물에 두 번 삶아낸 나물을 활용한 반찬이 자주 활용됩니다.
3. 달고 짠 불고기 대신 수육
단백질 보충이 중요한 투석환자에게는 고기 섭취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조리 방법과 양념 선택에 따라 그 부담이 달라집니다. 달고 짠 불고기나 기름이 많이 들어간 튀김보다는, 삶아낸 수육이나 양념을 조절한 조림류가 체내 나트륨 부담을 줄이면서도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돼지 앞다릿살을 데친 후 마늘, 생강, 후추만 넣어 저염으로 수육을 만들거나, 닭가슴살을 간장 대신 양파즙과 식초로 조려내면 식감도 좋고 소화도 잘됩니다. 불필요한 조미료를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또한 탕수육 같은 튀김류보다는 저염 간장과 대파로 조린 닭조림이 훨씬 건강한 한식 대안이 됩니다
4. 설탕 줄인 약과, 곶감 대신 사과말랭이
한과나 곶감, 대추 같은 전통 디저트는 단맛이 강하고 칼륨 및 당 함량이 높아 투석 환자에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디저트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조리법을 바꾸는 것이 더 실용적입니다.
예를 들어 설탕 대신 알룰로스, 스테비아 같은 대체 감미료를 활용해 약과를 만들거나, 기름에 튀기는 대신 오븐에 구워 바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곶감 대신 사과, 배를 슬라이스해 저온에서 말려 먹는 방식은 당 부담을 줄이면서도 디저트의 만족감을 유지할 수 있어 많은 환자에게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결론
투석환자에게 식단은 단순한 영양 조절을 넘어 치료의 일부입니다. 익숙했던 음식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조리법을 바꾸고 식재료를 재구성하면 전통 한식도 충분히 건강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익숙한 음식을 다른 조리법으로 바꿔서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을 내딛어보시길 바랍니다.
임상영양사로써 환자들과의 상담, 경험을 통해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변화를 알려드렸습니다. 건강과 식사의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음식이 주는 정서적 만족감은 치료의 연속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식단의 지혜를 익숙한 음식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