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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 환자의 만성 염증 관리와 항산화 식사 접근

by 다른별 2025. 5. 3.

항산화 식품

혈액투석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심혈관 질환'이 자주 언급되지만, 그 밑바탕에는 흔히 간과되는 '만성 염증'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감도 CRP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환자들은 심혈관계 위험뿐만 아니라, 영양소 흡수 장애, 빈혈 악화, 단백질 분해 촉진 등 다양한 문제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혈액투석이라는 치료 자체가 체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식사를 통한 항산화 접근은 단순한 건강식이 아닌 치료의 연장선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CRP 수치가 높았던 환자의 사례를 바탕으로, 비타민 C, E, 셀레늄,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을 안전하게 섭취하는 실천법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영양소 하나하나의 작용도 중요하지만, 그 배합과 형태, 환자의 상태에 맞춘 조절이 핵심이라는 점을 함께 다뤄보겠습니다.

CRP 수치가 높다면, 식사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 만성 염증을 부추기는 패턴

혈액투석 중인 환자에게 만성 염증은 흔히 동반되는 문제이지만, 이를 단순한 '염증'으로 여겨 방치할 경우 예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혈액투석 3년 차인 62세 남성 환자 A 씨의 사례에서 CRP 수치가 10mg/L 이상(정상 CRP 수치: 0-5 mg/L)으로 지속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투석 관련 감염의 영향도 있었지만 영양상담 결과에서도 원인이 드러나있었습니다. 혼자 살고 있는 분으로 식사를 챙겨 먹기 힘들다 보니 조미김, 볶음류, 통조림 반찬, 마요네즈 등 고지방,고나트륨 가공식품 위주의 식사가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당연시하게도 섬유소와 항산화 성분 섭취는 현저히 낮았습니다.

비타민 C, E, 셀레늄 등의 항산화 물질은 염증 억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러한 성분은 신선한 채소, 견과류, 과일 등에 분포해 있어 가공식품 중심의 식사로는 거의 공급되지 않습니다. 이는 체내 염증 지속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습니다.

투석 환자에게 흔한 칼륨 식이 제한은 채소류 섭취를 더욱 줄이는 요인이 되며, 결과적으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완화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하지만 혈액투석이라는 치료 자체가 산화 스트레스를 높이는 환경인 만큼, 염증 반응을 줄이기 위해선 식사에서부터 항산화 성분의 충분한 공급이 필수입니다. 만성 염증 수치가 높을 때는 감염도 보지만, 일상적인 식사 패턴을 점검하고 항염증 요소를 충분히 공급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항산화 영양소인 비타민 C, 비타민E, 셀레늄의 적정 섭취 전략

항산화 영양소는 면역력 강화와 염증 억제에 효과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혈액투석 환자에게는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되는 민감한 성분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어떻게' 섭취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 C는 고용량 섭취 시 체내에서 옥살산염으로 전환되어 요로결석이나 대사성 산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투석 환자에게 권장되는 섭취량은 60~100mg/일 정도이며, 식품 형태로 소량씩 섭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셀레늄은 항산화 효소인 글루타티온 퍼옥시다제의 구성요소로서 중요하지만, 1일 55~70㎍ 이상 장기 복용할 경우 오히려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외래에서 만난 70세 여성 환자 B 씨는 건강식품을 복용하면서도 혈액검사에서 오히려 CRP가 상승해 정밀 상담이 필요했습니다. 조사 결과, 고용량 비타민 E와 셀레늄 보충제를 복용 중이었고, 간헐적 위장장애도 동반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자연식품에서 소량씩 공급받는 형태로 전환했으며, 삶은 브로콜리, 호두, 올리브유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 등으로 식단을 재구성했습니다. 보충제가 아닌 식사를 통해 항산화 성분을 섭취하는 것이 안전성과 효과 모두에서 더 우수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였습니다.

항산화 보충제는 안전해 보이지만, 투석 환자에게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개별 상태를 고려한 식품 기반의 접근이 바람직합니다.

폴리페놀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폴리페놀은 채소, 과일, 차류 등에 풍부하게 함유된 식물성 항산화 성분으로 염증 조절에 효과적인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혈액투석 환자에게는 이들 성분의 '출처'와 '형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블루베리, 자색 양파, 적포도 등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은 항염 효과가 있으나, 동시에 칼륨 함량도 높아 과도한 섭취 시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65세 남성 환자는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블렌더에 시금치와 바나나, 블루베리를 매일 갈아 마셨습니다. 그 결과 혈중 칼륨 수치가 6.2 mmol/L(성인 정상 범위: 3.5-5.0 mmol/L)까지 상승하여 투석 중 심전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폴리페놀의 기능성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동반된 영양소의 함량과 투석 환자의 개별 상태를 고려해 식단에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생채소보다는 삶거나 데친 형태로 섭취하고, 고칼륨 식품의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하루 섭취량을 분산시키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기능성에만 초점을 두고 무작정 건강식품이나 과일을 늘리는 방식은 오히려 만성 염증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식사 일지 없이는 전략도 없습니다: 염증 완화 식단 실천을 위한 현실적 도구

만성 염증을 완화하기 위한 식사는 하루 이틀의 시도로 개선되기 어렵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식사 일지'입니다.

외래 진료 중 만성 염증과 영양 불균형이 동반된 70대 여성 환자에게 매일 식사 일지를 작성하도록 권유하였습니다. 한 달 뒤 그녀는 자신의 식단에서 하루 평균 채소 섭취가 한 끼 이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칼륨을 줄여야 한다라고 생각했지만, 그 점을 고려하느라 최소 섭취해야 하는 양조차 충족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특히 간식으로 자주 섭취하던 과자, 밀크커피, 당분 많은 빵 등이 혈당과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지는 단순히 먹은 것을 기록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식사 패턴을 '객관화'하여 어떤 부분을 바꿔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염증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을 적극 섭취하려 해도, 먼저 식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전략 수립이 불가능합니다. 식사 일지는 그런 점에서 환자 본인의 의식 개선뿐 아니라 영양사의 상담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결론: 수치만 쫓지 말고, 식사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CRP 수치가 높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라, 환자의 몸속에 '지속적인 염증'이 존재한다는 신호입니다. 이 염증은 혈관 손상을 유발해 심혈관질환, 영양소 흡수 저하, 근육 손실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염증을 완화하기 위한 식사는 수치를 낮추기 위한 일시적인 대처가 아닌, 생활습관 전체를 개선하는 전략이어야 합니다.

항산화 성분의 섭취는 그 출처와 조리 방법, 섭취 빈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영양사나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개별화된 계획이 필요합니다. 또한 환자 본인의 식사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는 어떤 성분을 어떻게 조절할지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식사 일지를 통한 기록, 자가 인식 훈련, 그리고 식단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병행되어야만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염증 수치라는 결과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식생활 속에서 찾아내고 실천 가능한 방식으로 바꾸는 과정이 곧 치료의 연장이 되어야 합니다. 나의 잘못된 식습관을 알고 행동으로 바꾸는 일은 더 밝은 미래를 제공할 것입니다.